모래의 시간
아나+솔저
시간은 사람을 깎는다. 사람은 시간을 견딘다. 지나간 세월이 무색하도록 남자의 등은 한결같았다. 언제나 앞장서는 사람의 등, 얼마만큼의 무게를 짊어지건 휘청임을 내비치지 않는 사람의 등이었다. 이제는 책임져야 할 것도 이끌어야 할 사람들도 없었지만 남자는 아직도 버릇처럼 그런 등을 했다. 아나 아마리가 지난 수십 년을 쏟아부어 지켜온 등이기도 했다. 그녀는 몇 발자국을 마저 좁히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 밑에서 엷은 모래가 서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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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
맥크리와 담배
* 단문 * 약간의 레맥레 언급, 부상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 to 위른님 & 송충님 첫모금을 빨았을 때 제시 맥크리는 이것이 사랑에 빠지는 감각일 것이라고 제멋대로 상상한다. 숨길을 태우면서 내려가는 묵직한 연기에 먼지를 들이마신 것처럼 마른 기침을 뱉으면서도 한 모금, 다시 한 모금, 급기야는 그만둬야 할 시기를 놓쳐 손가락 앞까지 다가온 담뱃불에 피부를 그슬린다. 바닥에 떨어뜨려버린 볼품없는 꽁초를 망연히 내려다보며 맥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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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blue desert
레예맥레예 전력 27. 바다
웅웅거리는 엔진음을 내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수송기를 보자 맥크리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발을 질질 끌며 느릿느릿 걷던 그는 탑승용 계단 앞에 다다르자 급기야 우뚝 멈춰선다. 참을성이 바닥난 레예스는 그의 등에 손바닥을 대고 앞으로 떠민다. 옷 밑으로 툭 튀어나온 날개뼈가 만져진다. 반쯤 넘어질 뻔하다 간신히 균형을 잡은 맥크리는 그를 돌아보며 인상을 쓰지만 레예스의 무표정한 얼굴과 고갯짓에 어쩔 수 없이 다시 걸음을 뗀다. 밑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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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bleed the same
레예모리레예
* 부상, 가학적인 행위, 바디호러 주의 * SYML - Where's My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b3LJlZBWI8w Cold bones, yeah, that’s my love 바싹 마른 뼈처럼 병든 하얀색의 가면 뒤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은 성가시다. 76은 그의 멱살을 잡고 가면을 우악스럽게 뜯어내는 상상을 한다. 의기양양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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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t in the wind
레예맥레예 전력 15. 노래
* 포스트 아포칼립스 AU * Kansas - Dust in the Wind https://www.youtube.com/watch?v=tH2w6Oxx0kQ 제목만 빌려왔을 뿐 작중에 묘사되는 음악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0. 갈증으로 죽거나, 굶어 죽거나, 남의 손에 죽거나, 살기 위해 남을 죽이거나. 근근이 이어나가는 하루하루들은 사방에 널린 모래먼지만큼이나 무의미했다. 망가진 세계에서 태어난 제시 맥크리는 방랑과 약탈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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