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배경

-

지랑

·

구독자

66명

·

포스트

12개

@jirangwatch


모래의 시간

아나+솔저

시간은 사람을 깎는다. 사람은 시간을 견딘다. 지나간 세월이 무색하도록 남자의 등은 한결같았다. 언제나 앞장서는 사람의 등, 얼마만큼의 무게를 짊어지건 휘청임을 내비치지 않는 사람의 등이었다. 이제는 책임져야 할 것도 이끌어야 할 사람들도 없었지만 남자는 아직도 버릇처럼 그런 등을 했다. 아나 아마리가 지난 수십 년을 쏟아부어 지켜온 등이기도 했다. 그녀는 몇 발자국을 마저 좁히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 밑에서 엷은 모래가 서걱거렸다

604

16

0


길 위에서

레예맥레예 전력 32. 포스트 아포칼립스

* 포스트 아포칼립스 AU * 전에 쓴 글 (http://posty.pe/8p5kor) 에서 대충 이어집니다 * Sea Wolf - Dear Fellow Traveler https://www.youtube.com/watch?v=UUw1e7vvSRY McCree 좌우로 늘어선 바리케이드가 곧게 뻗은 길의 허리를 자르고 있었다. 맥크리는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달리느라 먼지가 두텁게 낀 앞유리 너머로 무언가를 식별하려 헛되이 노력하는 대신 고개를 창

1.2천

38

3


당신의 무게

레예맥레예 전력 30. 임무

방금 그 놈이 마지막이었나? 레예스의 목구멍에서 쇳소리가 끓는다. 맥크리는 피가 흘러들어 벌건 눈을 굴려 주위에 나뒹구는 시체들 사이에서 움직임을 찾는다. 물론 생존자는 있을 리 없다. 아마도요. 레예스는 여느 때처럼 그의 불확실한 대답을 타박하지 않는다. 입을 열 기운도 없는 건가, 하고 생각하기 무섭게 그의 몸뚱아리가 묵직한 쿵 소리와 함께 지면으로 추락한다. 맥크리는 앉은 자리에서 화들짝 어깨를 떨고, 공중으로 의미없이 흩어지는 욕을 몇

769

28

0


Numb

맥크리와 담배

* 단문 * 약간의 레맥레 언급, 부상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 to 위른님 & 송충님 첫모금을 빨았을 때 제시 맥크리는 이것이 사랑에 빠지는 감각일 것이라고 제멋대로 상상한다. 숨길을 태우면서 내려가는 묵직한 연기에 먼지를 들이마신 것처럼 마른 기침을 뱉으면서도 한 모금, 다시 한 모금, 급기야는 그만둬야 할 시기를 놓쳐 손가락 앞까지 다가온 담뱃불에 피부를 그슬린다. 바닥에 떨어뜨려버린 볼품없는 꽁초를 망연히 내려다보며 맥크리는

543

14

0


Deep blue desert

레예맥레예 전력 27. 바다

웅웅거리는 엔진음을 내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수송기를 보자 맥크리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발을 질질 끌며 느릿느릿 걷던 그는 탑승용 계단 앞에 다다르자 급기야 우뚝 멈춰선다. 참을성이 바닥난 레예스는 그의 등에 손바닥을 대고 앞으로 떠민다. 옷 밑으로 툭 튀어나온 날개뼈가 만져진다. 반쯤 넘어질 뻔하다 간신히 균형을 잡은 맥크리는 그를 돌아보며 인상을 쓰지만 레예스의 무표정한 얼굴과 고갯짓에 어쩔 수 없이 다시 걸음을 뗀다. 밑부분이

618

13

0


파편의 세계

맥레예맥

* 단문 * 바디호러 주의 * Oliver Riot - Neurosis https://www.youtube.com/watch?v=sq2b6DU3a14 꿈 속의 당신은 꼭 열 걸음을 앞서 걷고 있다. 나는 당신의 등과 걸음걸이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 노력하며 그 뒤를 잠자코 따른다. 아직까지는 이 꿈의 좋은 부분이다. 우리는 모래먼지가 날리는 사막을, 폐허가 된 도시를, 길고 어두운 복도를, 새벽 무렵의 창백한 숲을 걷는다. 어디인지는 사실

741

17

0


올가미

레예맥레예 전력 20. 연민

레예스는 시간이 충분히 오래 흐르고 나서야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수명이 다해가는 전구 하나가 천장이 낮고 비좁은 공간을 간신히 밝히고 있었다. 책상이 하나, 의자가 두 개, 맞은편에는 등 뒤로 손이 묶인 죄수. 그는 푹 꺾고 있던 고개를 최소한만 들어올린 채 지저분한 머리카락 사이로 자신을 노려보았지만 총이 없으면 맨손으로라도 달려들 것처럼 사납던 기세는 한풀 꺾인 채였다. 불확실함과 긴장감 속에서 스스로에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837

18

3


We bleed the same

레예모리레예

* 부상, 가학적인 행위, 바디호러 주의 * SYML - Where's My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b3LJlZBWI8w Cold bones, yeah, that’s my love 바싹 마른 뼈처럼 병든 하얀색의 가면 뒤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은 성가시다. 76은 그의 멱살을 잡고 가면을 우악스럽게 뜯어내는 상상을 한다. 의기양양한 미소

1.1천

29

0


붉은 것들

레예맥레예 전력 17. 동화

* 시대물 AU * '빨간 망토'에서 일부 소재를 빌려왔습니다. * 살인에 대한 언급, 부상 묘사 있습니다. 소녀의 망토, 늑대의 입, 사냥꾼의 피 맥크리를 이 작고 외딴 마을로 불러온 계약의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숲에서 늑대가 내려와 여자와 어린 아이를 잡아먹었으니 그 늑대를 찾아서 죽여달라. 늑대를 사냥하는데 성공하면 보수는 섭섭하지 않게 주겠다. 이런 종류의 의뢰는 드문 일이 아니었으나 묘한 것은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을 사람들의

1천

27

0


Smoke

맥레예맥

* 단문 * 원작 기반 설정 반전 * 살인과 부상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남은 적은 이제 어림잡아 열 명 남짓이다. 현상금을 노리고 그를 쫓는 패거리는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받은 적 없는 오합지졸들이지만 수적 열세에 더해 중화기로 무장을 한 탓에 샷건의 유효사거리까지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사각지대에서 기습을 가해 몇 놈을 쓰러뜨린 후 쏟아지는 총탄 세례를 피해 엄폐물 뒤에 몸을 숨긴다.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인지 조금씩 숨이 차오

773

15

0


Dust in the wind

레예맥레예 전력 15. 노래

* 포스트 아포칼립스 AU * Kansas - Dust in the Wind https://www.youtube.com/watch?v=tH2w6Oxx0kQ 제목만 빌려왔을 뿐 작중에 묘사되는 음악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0. 갈증으로 죽거나, 굶어 죽거나, 남의 손에 죽거나, 살기 위해 남을 죽이거나. 근근이 이어나가는 하루하루들은 사방에 널린 모래먼지만큼이나 무의미했다. 망가진 세계에서 태어난 제시 맥크리는 방랑과 약탈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

1.1천

25

2